“건강한 성문화 확립하고 싶어요” 성문화 콘텐츠 프로젝트팀 ‘너랑나랑’ 인터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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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6
http://info.sookmyung.ac.kr/bbs/sookmyungkr/82/28533/artclView.do?layout=unknown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과 관련한 대화는 민감하고, 불편한 주제로 여겨지고는 한다. 심지어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인식에 맞서 성에 대한 올바른 관념의 정립을 위해 힘쓰는 창업 동아리가 있다. 우리대학 공예과 학생들로 구성된 <너랑나랑>팀은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성평등을 바탕으로 한 바람직한 성교육과 성문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성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이며, 긍정적인 성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인터뷰는 당사자들의 요청으로 본명 대신 예명으로 표기했으며, 사진도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 편집자 주)

 

- 팀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건강하고 즐거운 성문화를 확립하고자 결성된 프로젝트 팀 너랑나랑입니다. 저희 팀은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티키(공예과18), 회계를 맡고 있는 리버(공예과13)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디자인은 저희 둘이 함께 맡고 있습니다. 티키라는 예명은 행운의 신 티케에서 따오게 되었고요. 리버는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보고 강물처럼 살고 싶은 뜻에서 예명으로 정했습니다.

 

예전부터 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민감한 단어였어요. 성과 관련된 단어들은 왜 여전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피임과 섹스 등 성과 관련된 단어들이 더 이상 부끄러운 말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하고 알아야 하는 단어가 되길 바라며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질문하기 전, 어떻게 창업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티키: 저는 공예과 출신인데, 미대생은 취업을 하더라도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업무환경도 열악한 경우가 다수라는 인식이 만연했습니다. 미대 졸업자는 회사에 열정을 바치면서 열정 페이를 받으면서 일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인식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럴 만한 열정이 있다면 내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에 무모하더라도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좋은 결과가 없더라도 실력을 다져가면서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리버: 졸업 전시회를 준비하다가 티키를 따라서 창업동아리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창업동아리 지원 사업을 시작했지만, 점점 도전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 창업동아리 초기에는 다른 주제로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공익적인 주제에 지원을 많이 해준다고 생각해서 불치병 아이들을 위해 상품을 만들거나 아이들이 상품제작에 참여하는 방안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주제에 접근하기 힘들었고 제 자신이 위선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돕고자 하는 행동이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느꼈고 주제를 바꾸기로 결심했죠. 내가 관심 있는 분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성이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문화 콘텐츠로 바꾸게 되었어요. 바꾸고 나니 회의과정도 좀 더 재밌어지고 이야깃거리도 많아졌어요.

 

- 성문화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처음 접근은 굉장히 가벼웠어요. 성인들을 위한 발칙하고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한 번 만들어 보려고 했죠. 그런데 활동을 하면 할수록 이라는 주제에 대해 어렵게 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꼈습니다. 주변 친구들만 보아도 성관계에 있어서 남자친구가 좋아하니까 하긴 하는데 나는 좋은지 모르겠어라는 친구들도 있었고, 또한 “DVD방을 썸남과 갔는데 갑자기 덮치려고 해서 무서웠다라는 친구도 있었어요. 가벼운 고민부터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그런 성. ‘은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였던 거죠.

 

성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로가 야한 동영상인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환경에서 올바른 성적 가치관이 정립되기도 어려울뿐더러, 성을 행복하고 즐겁게 여기려면 남녀가 평등한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캐릭터를 이용해서 성평등을 주제로 한 성교육을 밝은 느낌으로 풀어나가고자 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 랑랑이, 나랑이, 너랑이를 중심으로 남녀의 신체적 특성이나 성관련 지식 콘텐츠를 SNS에 게시하고, 사회 인식들을 개선하려 합니다. 성이 더 이상 부정적이고 부끄러운 단어가 아닌 연인간의 사랑, 또는 본인의 정체성과 같이 긍정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었으면 합니다.

 

-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시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의 어렵다는 인식이 난관이었습니다. 성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떤 분은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를 권장하는 게 아니냐, 굳이 몰라도 될 것을 미리 알려주냐는 입장을 가진 분들도 계셨고요. 하지만 저희는 올바른 성에 대한 관념을 갖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거거든요. 아직까지도 콘돔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인식이 부정적인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않아서 비닐봉지로 피임을 하는 경우를 보고 올바른 피임방법은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성이라는 건 자칫하면 외설로 빠질 가능성이 컸습니다.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어요. 캐릭터가 알몸을 하고 있다 보니 이것 자체를 외설적으로 보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학교에 창직동아리 홍보포스터를 부착하려고 승인해주는 부서에 갔었는데, 캐릭터가 알몸이라는 이유로 외설적이라며 부착을 거절당했거든요. 아직까지 저희 동아리가 인지도가 많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지난 4월 3일 용산 Y-VALLEY 선포식에 참여해 마련한 너랑나랑 홍보부스에 강정애 총장과 진영 국회의원이 성문화 콘텐츠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너랑나랑팀의 향후 계획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현재는 텀블벅에서 성인 커플을 위한 보드게임을 펀딩 받고 있는 중인데, 추후에는 청소년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성교육 보드게임을 만들려고 해요. 사실 성교육이 필요한 건 성인보다 청소년일지도 몰라요. 청소년기는 본인의 정체성을 알아가고 의식을 형성하는, 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잖아요. 그래서 청소년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이 시기에 올바른 성평등 의식, 성적자기결정권 등등이 올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이와 관련해 저희는 성교육 전문양성 워크숍과 교육을 구성애 선생님의 성교육 기관이나 청소년 아하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받을 계획이에요.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일러스트페어나 행사에도 참가할 계획이고 전시회도 열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창업에 관심이 있는 숙명인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 했던 가장 큰 고민이 창업동아리를 할까 말까였어요. ‘사업은 하는 게 아니다라는 주변의 말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도 창업이 진로가 아니더라도 아이디어가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창업을 계속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취업을 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건 이 창업동아리를 하면서 자신이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해본다는 경험 자체가 살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에요. 이걸 하면서 본인 역량도 기를 수 있고,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너무 겁먹지 말고 부담 없이 참여해봤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요. 한 시라도 젊을 때 이런 도전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많으니까요.

 

실무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팁을 드리자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내 SNOWAY나 정부에서 하는 스타트업 사이트를 참고하시면 창업을 지원하는 단체나 기관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잘 찾아보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리고 SK청년비상 창업동아리 활동을 추천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하는 활동이라 이동하기도 편하고 멘토링도 큰 도움이 되었기에 추천합니다.

혼자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해보세요. 서로 자극을 주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있으면 어려운 일도 함께 버텨나갈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 너랑나랑 인스타그램(인스타 주소: @nurangnarang_official)도 많은 방문 부탁드려요!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구나연(행정학과16), 임솔(미디어학부16)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