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바다가 그대의 대지이다‘ 한국어문학부 최시한 교수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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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5
http://info.sookmyung.ac.kr/bbs/sookmyungkr/82/24004/artclView.do?layout=unknown

그렇게 학교 다니려거든 등록금으로 갈비탕이나 사 먹게.”

이 말을 직접 들어본 학생은 아마 학교에 거의 없을 지라도 갈비탕 교수님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교수가 있다. ‘따뜻한 독설가라는 형용 모순적 별칭이 어울리는 이 사람은 다름아닌 한국어문학부의 최시한 교수다. 소설가이자 스토리텔링 교육의 권위자인 최 교수는 2000년부터 스토리텔링 연계전공을 개설하고 스토리텔링,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등 관련 서적을 꾸준히 펴내며 제자들에게 창의적인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우리대학의 새로운 광고 포스터에 <숙녀에게>라는 시를 발표하며 학생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숙명통신원은 어느덧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나 학교를 떠나기 전 숙명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 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갈비탕 교수님으로 인기가 많으십니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나요?

 

옛날에 우스개 삼아서, 공부 열심히 안 하는 학생은 차라리 등록금으로 갈비탕이나 사먹으라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한 학생이 그 말을 제 사진에 합성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널리 퍼지게 됐죠. 요즘은 신입생이 갈비탕 교수님이 누구냐고 찾는 일도 있다고 하네요.(웃음)

 

- 얼마 전 공개된 우리대학 홍보 포스터에 교수님의 시가 실렸습니다. 어떻게 이 시를 쓰게 되셨나요?

 

학교 홍보팀에서 먼저 올해 홍보 포스터의 콘셉트를 정했어요. '우리 대학의 원로 교수가 숙명인에게 들려주는 말이었죠. 그 원로 교수로 제가 지목됐고, <숙녀에게>라는 제목도 함께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소설 전공이기 때문에 시나 카피를 많이 써보지 않았다고 사양했지만, 거듭 부탁을 해서 쓰게 되었죠.

 

숙녀(淑女)에게라는 제목은 성숙한 여인에게숙명인에게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저는 글의 내용을 숙명인들의 주체성과 도전정신, 봉사정신 등을 일깨우는 것으로 잡았죠. 다행히 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그 시의 제2연이 적힌 교문의 힐링보드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답니다.

 



- 스토리텔링 연계전공 주임 교수로서 평소 학생들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고 계십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점 학생들이 글쓰기를 등한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읽고 쓸 수 있을까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싶어요. 먼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사전을 자주 검색함으로써 어휘량을 늘리고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둘째, 화면을 보기보다 언어로 된 것을 읽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하여 언어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글을 베껴 쓰세요. 이 때, 꼭 손글씨로 베낄 필요는 없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해도 좋아요. 가급적이면 번역판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 최근 들어 스토리텔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리가 의사소통을 할 때 쓰는 모든 것을 담화라고 합니다. 이 담화의 핵심적 양식이 바로 이야기’, 즉 내러티브에요. 의사소통은 주로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인데, 그걸 지어내는 행위를 스토리텔링이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사이버 공간에서 의사소통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이야기도 인터넷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합쳐지고 재생산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죠. 말하자면,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게 주목 받게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겁니다.

 

- 지난달 우리대학 인문학 연구소에서 주최한 이야기, 이야기 연구강연에서 이야기 컨텐츠이야기 연구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요지는 무엇인가요?

 

아직 한국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연구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이 번역이 잘 안되거나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혼란스러워요. 서사, 이야기, 내러티브, 스토리텔링 등과 같은 개념들이 적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고, 그래서 관련 이론이 충실히 활용되지 않으며 교육 또한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 퇴임이 얼마 남지 않으셨는데요, 교수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뜻 깊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한국어문학부가 지속적으로 발전한 것, 그리고 스토리텔링 연계전공을 개설해 문화 콘텐츠 시대가 요구하는 강의를 하고, 관련 분야에 학생들을 진출시킨 일에 특히 보람을 느낍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퇴임 전에 대외협력처의 도움을 받아 스토리텔링 연계전공으로 졸업한 학생들을 모아 콘텐츠 창작모임같은 걸 만들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퇴임 후에는 소설을 쓰고, 일에 쫓겨 쌓아만 두었던 책들을 마음껏 읽을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숙명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우리 숙명인들이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더 잘 해낼 수 있는 우수한 자질을 지니고 있는데도 안전한 곳으로만 가려고 하는게 안타깝거든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않으려는 일에 뛰어들기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5기 정유정(영어영문학부14), 숙명통신원 16기 박희영(식품영양학과16)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