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과 함께 우리 대화할래요?” 팟캐스트 ‘청파동살롱’의 허지수, 최윤진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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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http://info.sookmyung.ac.kr/bbs/sookmyungkr/82/20000/artclView.do?layout=unknown

팟캐스트.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이 합쳐진 단어로 신문을 구독하듯이 인터넷을 통해 특정 콘텐츠를 구독하는 서비스다. 라디오와 달리 구독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들을 수 있으며, 방송인이 아닌 개인도 방송설비만 있으면 방송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최근 팟캐스트 프로그램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장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팟캐스트 홍수 속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며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북큐레이팅 컨셉의 청파동살롱을 방송하고 있는 허지수(문헌정보11), 최윤진 동문(법학17)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및 방송 소개 부탁드립니다.

 

허지수(이하 허): 안녕하세요, 문헌정보학과 07학번 지수허지수입니다. 석사 11학번, 박사과정은 16학번입니다. 청파동살롱은 북큐레이팅 컨셉의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입니다. 주로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책의 일부를 낭독하기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청파동살롱의 살롱은 응접실이라는 의미로, 근대 프랑스에서 여주인이 대화와 사교를 나누던 문화 공간이라고 합니다. 우리 방송 또한 살롱답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게스트를 초대하여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윤진(이하 최): 안녕하세요. 법학부 12학번 오싱최윤진(이하 최)입니다. 문헌정보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조교 생활을 겸하면서 석사 공부 중이에요. 오싱은 일본 문학의 제목이자 여주인공의 이름입니다. 7살 때 동네 도서관에서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여 눈물을 쏟는 강렬한 첫 경험을 했어요. 제가 독서에 빠지게 되어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책이 되었죠. 그 마음을 기억하고자 오싱이라는 가명을 사용 중입니다.

 

- 청파동살롱은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 : 전자출판이라는 문헌정보학과 전공수업을 함께 수강했습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퍼블리싱, 디자인하는 출판 과정 전반에 관한 수업입니다. 종강 후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서로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팟캐스트를 떠올렸고, 이후 오경묵 문헌정보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스튜디오, 장비와 진행에 관한 조언을 받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청파동살롱의 준비과정, 제작과정이 궁금합니다.

 

, : 영상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서 일주일에 한번 2시간 정도 녹음을 합니다. 초기에는 단 둘이서 기획, 대본 작성, 방송 녹음, 편집, 업로드, SNS 포스팅, 백업 등의 모든 작업을 했어요. 얼마 전부터는 김유림(경제학부 16학번), 생강, 레이나가 이 작업들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 청파동살롱을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 팟빵(팟캐스트 콘텐츠 제공 사이트)으로 호스팅을 옮기기 전 초기에 100여명 정도만 우리 방송을 듣던 시기가 3개월 정도 있었어요. 이런 걸 누가 듣나 싶었는데, 당시에 청취자 분들이 사연이나 피드백을 많이 주셔서 놀라웠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때의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논문의 힘업로드 이후 주목할 만한 팟빵에 선정돼 보다 많은 청취자 분들에게 노출되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 아이튠즈 예술 분야에서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이어 3위를 기록하게 된 거죠. 저희가 기대한 것보다 좋은 성과가 너무 빨리 눈앞에 나타나서 혼란스럽고 믿기지 않았어요. 더 많은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이제 어떤 콘텐츠들을 다룰 수 있는가,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죠. 오싱으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때의 당황스러움, 놀라움, 뿌듯함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순간을 만끽할 걸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또 그런 날이 올까요?

 


 

- 지금까지 방송한 회차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회차가 있으신가요?

 

: 1서울의 추억을 꼽고 싶습니다. 모리스 꾸랑의 한국서지에 대한 소개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방송 이후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 뿌듯했어요. 제가 직접 연구를 했던 분야이기도 하고, 다른 팟캐스트에서는 듣기 힘든 주제일 것 같아 애착이 갑니다.

 

: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편은 방송의 준비부터 녹음의 전 과정이 제 성향과 기질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분석해보는 성찰의 시간이었어요. 방송에서 낭독한 책의 구절, 발화 내용 자체가 그 당시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구술채록이라는 생각이 들어 애착이 갑니다. 이 방송 이후로 성찰과 자기반성에 대한 집착을 끊게 되었고, 그냥 이 상태에서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잘 사는 방법을 찾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정신 건강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된 치유의 방송이었습니다.

 

- 방송의 주제들이 여성혐오, 관현악, 논문 등등 다양하던데, ‘청파동살롱의 콘텐츠를 결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방송을 처음 기획할 때 한번쯤 해보고 싶은 주제를 써봤는데 50~60개가 나왔어요. 이 주제들은 이제까지 접했던 책, 영화, 음악, 전시, 웹툰, 여행, 경험 등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막상 시작해보니 더 많은 이야기들이 생겨납니다. 게스트 분들께서 저희가 생각도 못했던 내용의 방송을 해주시기도 하고요. 청취자 분들의 요청이나 추천 또한 최대한 반영해서 선정합니다. 통계를 내보면 20대 여성분들이 가장 많이 듣습니다. 여자대학에서 20대 여성들이 만드는 방송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혐오, 정치적 올바름, 페미니즘 관련 주제를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인기리에 방영됐던 <알쓸신잡>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소소한 지식들을 전파하는 프로그램이나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경향 속에서 앞으로 청파동살롱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건지 궁금합니다.

 

: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가치관이나 생각의 변화를 이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고민할 겁니다. 무섭고 각박한 세상에서 잘 살아남는,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는 사이다 방송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리고 끝까지 인위적이지 않고 우리의 관심, 생각의 흐름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방송이 됐으면 좋겠어요.

 

- 숙명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도서가 있으신가요?

 

: 천문학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한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는 다들 아실 거예요. 이 책은 다큐멘터리로 1980년대에 방영된 적 있습니다. 이를 2014년 버전으로 새로이 제작한 코스모스: Spacetime Odyssey'를 추천합니다. 우주의 신비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 편견이나 고질적인 습관을 깰 수 있는 충격과 새로움을 선사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은 한국사회의 이상한 분위기나 모순, 불편함 등을 낯설게 보면서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구절마다 저자의 통찰이 담겨있고 내용 전개와 호흡이 빠르기 때문에 읽는 내내 통쾌하고 아찔해요. 여러 번 읽을수록 깨달음이 커지고 현상을 해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청파동살롱의 향후 목표와 숙명인들에게 끝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 방송 진행 중에는 사실관계와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려고 합니다. 가볍고 즐거운 방송이지만 오해나 곡해를 만들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방송을 만드는 저희도 재미있습니다. 대단한 의미를 찾고 있지는 않아요. 들으시는 분들도 유머가 있는 유쾌한 청파동살롱으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숙명인의 청파동살롱방문을 환영합니다. 1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 숙명인 분들은 책 한 권과 함께 cheongpasalon@gmail.com로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취재: 숙명통신원 15기 이아영(경영학부16), 16기 구나연(행정학과16)